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 1369

더벅머리 여름 / 이 효

그림 / 백남성​​ ​더벅머리 여름  물속에서 소리와 빛깔을 터트린다도시인들 자존심도 태양 아래서 가식의 옷을 벗는다  영혼이 푸른 더벅머리 나무 위로 하얀 물고기들 흘러간다도시의 자존심을 물에 헹군다 발가벗고 물장구치던 더벅머리 아이들 여름이 가위로 잘려나가기 전 다시 한번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슬픈 도시를 영롱한 눈빛으로 채운다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루주가 길을 나선다 / 이효

그림 / 김정현   루주가 길을 나선다 / 이효  잊혀진 한 사람이 그리울 때 안부는 붉다 시작과 끝은 어디쯤일까 헤어질 때, 떨어진 저 침묵 루주가 진해질수록 그리움의 변명은 파랗다 인연은 호수에 배를 띄워 다가가는 것 거울 앞 침침한 시간들 부러진 루주 끝에도 심장은 뛴다  내가 먼저 길을 나서는 것은  슬픔과 후회가 거기 있기 때문 운명을 바른다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꽃, 초인종을 누른다 / 이효

그림 / 김동신 꽃, 초인종을 누른다 / 이효 세상의 모든 꽃들 아름답다고 꽃병에 전부 꽂아둘 수는 없는 것 화병에 물을 주는 남자 말라가는 꽃에 초인종을 단다 야위어 가던 밤도 고독한 인연도 서로에게 비상벨이 된다 심장이 술렁거린다 내가 너의 등이 되어 주리라 그대를 가슴에 안고 절망의 시작, 고요의 끝을 본다 봄의 숲, 산짐승의 긴 울음 홀로 소리를 잘라내야 하는 순간 꽃에 초인종을 누른다 벗어 놓은 신발 속, 비번 풀린 꽃잎 가득하다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장미는 고양이다 / 이효

​​장미는 고양이다 / 이효 ​  그 사실을 장미는 알고 있을까 앙칼스러운 눈빛, 날 선 발톱, 애끓는 울음소리고혹적으로 오월의 태양을 찢는다 지붕 위로 빠르게 올라가 꼬리를 세운 계절고양이 모습은 장미가 벽을 타고 올라 왕관을 벗어 던진 고고함이다 때로는 영혼의 단추를 풀어도찌를 듯한 발톱이 튀어나온다 왜 내게는 그런 날카로운 눈빛과 꼿꼿함이 없을까  내 심장은 언제나 멀건 물에 풀어놓은 듯미각을 잃는 혓바닥 같다 고양이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눈빛은 장미의 심장과 날카로운 가시의 고고함이다 고양이는 붉은 발톱으로 오월의 바람을 川 자로 할퀴고 간다 장미의 얼굴에는 오월의 핏빛이 칼날 위에 선다 나는 오월의 발톱을 기르고 있다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https://youtu.be/3OSjHE..

더벅머리 여름 / 이 효

​​ 더벅머리 여름 / 이 효  물속에서 소리와 빛깔을 터트린다도시인들 자존심도 태양 아래서 가식의 옷을 벗는다  영혼이 푸른 더벅머리 나무 위로 하얀 물고기들 흘러간다도시의 자존심을 물에 헹군다 발가벗고 물장구치던 더벅머리 아이들 여름이 가위로 잘려나가기 전 다시 한번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슬픈 도시를 영롱한 눈빛으로 채운다  ​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벽 / 추성은(202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 ​ ​ ​ 벽 / 추성은 (202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 ​ 죽은 새 그 옆에 떨어진 것이 깃털인 줄 알고 잡아본다 알고 보면 컵이지 ​ 깨진 컵 이런 일은 종종 있다 새를 파는 이들은 새의 발목을 묶어둔다 ​ 날지 않으면 새라고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모르는 척 새를 산다고, 연인은 말한다 나는 그냥 대답하는 대신 옥수수를 알알로 떼어내서 길에 던져 두었다 뼈를 던지는 것처럼 ​ 새가 옥수수를 쪼아 먹는다 ​ 몽골이나 오스만 위구르족 어디에서는 시체를 절벽에 던져둔다고 한다 바람으로 영원으로 깃털로 돌아가라고 ​ 애완 새는 컵 아니면 격자 창문과 백지 청진기 천장 차라리 그런 것들에 가깝다 ​ 카페에서는 모르는 나라의 음악이 나오고 있다 언뜻 한국어와 비슷한 것 같지만 아마 표기는 튀르크어와 가..

감나무와 어머니

감나무와 어머니 이 효 당신과 함께 심었습니다 손가락만 한 감나무 돌짝밭 손끝이 닳도록 함께 땅을 파내려 갔습니다 주님은 햇살을 끌어다 주시고 가족은 새벽을 밀었습니다 오늘, 그 감을 따야 하는데 당신은 가을과 함께 먼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식탁 위 접시에 올려진 감 하나 차마 입으로 깨물지 못합니다 한평생 자식들에게 하늘 아버지의 사랑과 헌신을 온몸으로 땅에 쓰고 가르치신 어머니 그렁한 내 눈은 붉은 감빛이 되었습니다 *오랜동안 블로그를 비웠습니다. 늦은 가을에 어머님을 보내고 다시 마음을 추슬러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2023년 마지막 겨울입니다. 블친님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TUFQVVEbWj8?si=KMzc08M0Eluaowih

너 명상 속에 들어와 봐 / 노창수

그림 / 김한겸 ​ ​ ​ ​ ​ ​ 너 명상 속에 들어와 봐 / 노창수 ​ ​ ​ 요즘 근황 좀 물어봐 노을 속 가랑잎이지 브람스처럼 젖으며 도톰히 낳고 지나치다 잎 떨궈 사라질 무념 투명히도 부르지 ​ 잠 깨워 손 잡으면 공수거로 헤어지지 비듬의 생애 편린들 흔들며 털어내며 눈 감고 절기 외우다 늙은 팔로 저어가지 ​ 늦은 밤 침잠하듯 공수래도 얻게 되는 시든 다발 내다버리듯 가죽을 비우고 나서 정양수 빌린 미명을 촉루처럼 닦아 담지 ​ ​ ​ ​ ​ 노창수 시인 / 현대 시학 등단,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1979) ​ ​ 2023 한국시학 가을호 수록 ​ ​ ​ ​ ​ ​ ​​ ​ ​​ ​

초가을, 서쪽 / 김용택

그림 / 김한겸 ​ ​ ​ ​ ​ ​ 초가을, 서쪽 / 김용택 ​ ​ ​ 산 아래 동네가 참 좋습니다 벼 익은 논에 해 지는 모습도 그렇고 강가에 풀색도 참 곱습니다 나는 지금 해 지는 초가을 소슬바람 부는 산 아래 서 있답니다 산 아래에서 산 보며 두 손 편하게 내려놓고 맘이 이리 소슬하네요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 ​ ​ ​ 김용택 시집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나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