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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서귀자
식탁 둘레 / 감태준
식탁 둘레에 모여 있는 의자들을 본다.
다들 조용하다.
두 딸은 시집가고
아내는 늦은 아들을 기다리다 방에 들고,
나는 슬그머니 아내의 의자에 가서 앉아 본다.
아들 옆 이 자리에서
아내는 밥 먹는 식구들을 둘러보았으리.
아침상에 나오지 않는 두 딸의 의자를 보고
아픈 젖을 한 번 더 떼기로 하였으리.
그런 날이 또 올 것이다.
그때에도 아내는 또 한 젖을 떼며
의자 구석구석을 닦고 문질러 윤을 내고 있으리.
불을 끄면 식탁 둘레가 더 적막할 것 같다.
불을 끈다,
아내의 얼굴이 꺼지지 않는다.
집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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