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감사 일기

마스크

푸른 언덕 2020. 2. 25. 16:54

          마스크

길을 걸어도 마스크만 보인다.

식당을 가도 마스크만 보인다.

마트를 가도 마스크만 보인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앞집 아줌마랑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나면, 마스크를 쓰고

말은 하지 않아도 눈이 먼저 인사를 한다

아래층에 내려가 요구르트 아줌마를 만나도

구지 말을 하지 않아도 눈으로 요구르트를 산다

분리수거 하는 날에 경비 아저씨를 만나도

말을 하지 않아도 박스를 받아주신다.

고맙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그동안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했나보다

온 세상이 조용해지니까 지구가 깊은 잠을 잔다.

지구가 잘 자고 일어나면 더 건강해지겠지

그러면 코로나도 무찔러 주겠지

오늘은 너무 수고가 많은 마스크에게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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