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감사 일기

곰취야 살아만 다오.

푸른 언덕 2020. 2. 28. 19:01

 

곰취야 살아만 다오.

 

작년 11월 말에 지역사회에서 마련한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도 작은 부스 하나를 얻었다. 미술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엽서에 그림을 미리 그려놓고 방문객들에게 원하는 시를 골라서 쓰게 하는 행사였다.

반응이 매우 좋았다.

우리 옆에 부스에서는 작은 화분에 식물들을 심어 놓은 것을

방문객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집에서 잘 키워보라는 것 같았다.

행사가 끝났는데 구석에 화분 두 개가 남아 있었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 간절해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식물 이름은 곰취란다. 문득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이 났다.

산을 좋아 하셨고, 깊은 산에서 가끔 곰취를 따오셨다.

그래 너를 아버지 생각하면서 잘 키워보자.

그렇게 곰취랑 나는 우리 집에서 겨울을 나게 되었다.

게으른 주인 탓일까? 아니면 너무 연약한 곰취 탓일까?

한 개는 죽고, 한 개는 살았다 순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한 개라도 잘 살려서 시골 어머니 텃밭에 심어야겠다.

봄 햇살이 기다려진다.

곰취야 햇살 많이 받고 무럭무럭 자라거라.

감사한 하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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