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감사 일기

붕어빵 냄새

푸른 언덕 2020. 2. 29. 22:54

 붕어빵 냄새


친정어머니께서 작년 겨울 김장을 하시다 엉덩방아를 쿵 하고 찌셔서

소천에 금이 가서 병원에서 오랫동안 입원을 하셨다.

평일에는 간병인이 오고 주말에는 자식들이 찾아간다.

오전부터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엄마 전화번호가 찍혀있다.

직감적으로 코로나가 걱정이 되니 오지 말라는 이야기 같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문자를 남겼다

" 언니! 엄마가 오지 말래"

갈까 말까 조금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홀로 계실 어머니를 생각해서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친정을 갔다.

어머니는 왜 전화도 안 받느냐면서 화를 내셨다.

명성교회가 친정에서 가깝다. 교회에서 확진 환자가 여러명 나온 모양이다.

"다음 주에는 오지 마라, 꼭 오지 말아라

 나 같은 늙은이가 죽어야 하는데 엄한 사람들이 죽는구나"

" 엄마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앞으로 내 앞에서 죽는다는 소리 하지마세요.

  또 그런 소리를 하면 내가 화를 낼 거예요."

"알았다 알았어" 모녀의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빨리 코로나19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많은 의료진들도 고생이 심하고, 코로나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인 사람들도 힘들고

가족들도 함께 힘들고, 나라 경제는 기울어 지고 , 총만 들지 않았지 우리는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발도 묶이고, 손도 묶이고, 입도 묶이고 


오늘은 유난히 파란 하늘이 그리워진다.

어디론가 마구 달려가고 싶다.

꽃 냄새도 그립고, 나무 냄새도 그립고, 더욱 그리운 것은 사람 냄새다.

친구들, 친척들, 문화원 친구들, 시장 아줌마 아저씨들, 붕어빵 파는 아저씨......

모두 그리운 사람들뿐이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그리웠던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손을 꼭잡고  말해야겠다

고맙고,감사하고, 당신이 옆에 있어서 행복했다고......

   

어디선가 붕어빵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고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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