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감사 일기

낡은 거울

푸른 언덕 2020. 3. 2. 23:00


낡은 거울

 

저녁을 먹고 시 창작 이론 책을 읽으면서

이육사, 윤동주, 한용운 시를 다시 읽게 되었다.

그동안 오래전에 쓰인 시들은 사실 한쪽으로

밀어 놓고 잘 읽지 않았다.

조금 진부하게 느껴졌고 왠지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을 놓치는 것 같아

요즘 출간된 시를 많이 읽었다.

그런데 오늘 이육사, 윤동주, 한용운 시를 읽으면서

그들의 시대정신을 뜨겁게 느꼈다.

오늘날처럼 권력이 판을 치고, 금욕, 명예욕 앞에서

많은 사람이 쉽게 무릎을 꿇는 현실에서

이분들의 시는 더욱 빛이 나는 것 같다.

 

윤동주의 "자화상"을 읽으면서 "들여다봄-미워서 돌아감-

다시 돌아가 들여다봄-다시 미워짐-도로 들여다봄-가엷어짐"이라는, 

다시 말해서 윤동주는 이 시를 통해 자아란 이미 완성되어 있는

그 어떤 것이 아니라 살면서 차츰 발견 됨으로써 마침내 형성되고

확립되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러한 자아 발견의 과정이 윤동주가 이 시를 쓰게된 동기다.

 

윤동주 자화상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찾고 싶어졌다.

결혼을 하고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그곳에는 지독한 사랑과 헌신이 필요했다.

나의 자화상은 오랜 세월 어딘가에 묻어 두었다.

이제 아들도 공부하러 내 곁을 멀리 떠나고 없다.

다시 살아난 시간들 속에서 어두운 광에 묻어 두었던

녹슨 거울을 꺼내서 내 얼굴을 비춰본다.

희미한 거울 속에는 헝클어진 머리를 손질하는

얼굴에 주름 가득한 여자가 앉아 있다.

 

그래도 감사하다.

낡은 거울이 깨져있지 않음에 대하여~~

'문학이야기 > 감사 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도 부자인가?  (0) 2020.03.07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0) 2020.03.03
꽃이 가득한 꽃병 그리기  (0) 2020.03.01
붕어빵 냄새  (0) 2020.02.29
곰취야 살아만 다오.  (0) 202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