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감사 일기

꽃이 가득한 꽃병 그리기

푸른 언덕 2020. 3. 1. 22:10

코로나 때문에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집안에서 하루 종일 처박혀 있다.

그렇다고 노는 것도 아니다.

무엇인가를 쉴 새 없이 꼼지락 거린다.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서 하는 일은

성경 말씀을 읽는 일이다.

아침밥을 부지런히 해서 먹고, 집안 청소며 빨래를 한다.

오늘도 다른 날처럼 빨래를 깨끗하게 빨어서 널었다.

빨래를 탁탁 털어서 너는 소리가 참 좋다.

그다음에 하는 일은 시를 필사하거나, 그림을 그린다.

오늘은 무슨 그림을 그릴까 생각하다가

지난가을 어느 전시회에 가서 구해온 그림책을 보다가

항아리 안에 꽃이 가득 담긴 그림에 꽂혀서

"그래 이걸 그려보자 코로나로 마음도 어두운데

예쁜 꽃을 그리면 기분도 좋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항아리도 스케치를 잘 했다. 문제는 꽃이었다.

몇 송이도 아니고 수십 송이 꽃을 하나하나 그릴 수도 없고

잘 그리는 화가님들처럼 붓으로 쓱싹쓱싹 느낌으로

그릴 수도 없고, 그래도 초보자니까

꽃을 하나하나 스케치하자. 마음먹고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림이 경직되어 보인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래 나도 화가들처럼 느낌으로 꽃을 표현해 보자"

초벌은 그런대로 맘에 들었다.

정성을 다해서 조심스럽게 칠을 했다.

그런데 그다음 색칠이 문제였다.

수많은 꽃잎들에 명암을 넣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계속 칠하다가 성질이 났다.

붓을 대충대충 거칠게 색칠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망했다. 화병은 정말 마음에 드는데

꽃이 문제였다. 찢어 버릴까? 다시 그릴까?

마음이 하늘로 땅으로 널을 뛴다.

 

나는 그림을 배우면서 느낀 점이 있다.

완성된 그림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

마음도 들어 있고 성격도 들어있다.

나는 내가 상당히 차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 깨닫게 되었다

나 자신이 결코 성질이 차분하지 않다는 것을

그림 그리면서 알게 되었다.

인내심도 부족한 것을 느꼈다.

 

결국 그림을 통해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과

인내심을 더 길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일 부족한 그림이지만 다시 정성껏 색칠하기로

결심을 했다.

작은 그림 한 장을 통해서 나를 수련한 하루였다.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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