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966

​함께 눈물이 되는 이여 / 양광모

그림 / 장 문 자 ​ ​ ​ ​ ​ 함께 눈물이 되는 이여 / 양광모 ​ ​ ​ 낮은 곳에선 모두 하나가 된다 ​ 빗방울이 빗물이 되듯 강물이 바다가 되듯 ​ 나의 마음 자리 가장 낮은 곳까지 흘러와 함께 눈물이 되는 이여 ​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우리 함께 샘물 같은 사랑이 되자 ​ ​ ​ ​ ​ 시집 / 가끔 흔들렸지만 늘 붉었다

드라이버 / 김 용 하

사진 / 이영렬 ​ ​ ​ ​ ​ 드라이버 / 김 용 하 ​ ​ ​ ​ 아무도 할 수 없는 녹슨 못을 돌리고 떨어진 냄비 손잡이 고치고 헤어졌던 볼트 너트 훨거워진 것 꽉꽉 조이고 당겨 이별 없는 세상 만들기 ​ ​ 부둥키고 살다 보면 일평생 잠깐 꿈이 되고 바람이 흩어지는 것을 발밑에 떨어져 느슨하게 풀린 것 별 것 아니라 방심하면 흩어지는 것을..... ​ ​ ​ ​ ​ 시집 / 겨울나무 사이 ​ ​ ​

​바바리맨 / 김태호(충북공고2)

그림 / 구 본 준 ​ ​ ​ ​ 바바리맨 / 김태호(충북공고2) ​ ​ ​ ​ 가을이 되면 떠오르는 바바리맨. ​ 그 녀석이 지금 내 옆에 있다. ​ 서서히 옷을 벗으며 겨울 준비를 하는 나무들. ​ 모두들 추워 옷을 입을 때 추위쯤 가뿐히 무시하고 서서히 옷을 벗는 나무. ​ 저 나무들이야말로 진정한 상남자, 진정한 이한치한, 진정한 바바리맨. ​ ​ ​ * 우리 시 이야기 / 정진명 ​ ​ ​ *참 재미있는 시를 우연히 발견했다. 여고시절 학교에 가끔 바바리맨이 나타났다. 여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동창회에 나가면 아직도 우리들은 바바리맨 이야기를 한다. 문득 고등학교 남학생이 쓴 시를 읽으면서 잠시 잊고 지냈던 바바리맨을 떠올리면서 피식 혼자서 웃어본다. 바바리맨은 모두가 싫어하는 대상인..

첫사랑 / 류시화

그림 / 이고르 베르디쉐프 ​ ​ ​ ​​ 첫사랑 / 류시화 ​ ​ ​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 ​ ​ ​ ​ ​ 시집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 ​ ​ ​ ​ ​

날아라 버스야 / 정현종

그림 / 스타니스라프 바흐발로프 (러시아) ​ ​ ​ ​ 날아라 버스야 / 정현종 ​ ​ ​ ​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 꽃다발을 든 사람이 무려 두 사람이나 있다! 하나는 장미- 여자 하나는 국화 - 남자. 버스야 아무데로나 가거라. 꽃다발 든 사람이 둘이나 된다. 그러니 아무데로나 가거라. 옳지 이륙을 하는구나! 날아라 버스야,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가는 차체의 이 가벼움을 보아라. 날아라 버스야! ​ ​ ​ ​ ​ 정현종 시집 / 갈증이여 샘물인 ​ ​ ​ ​ ​

거지 / 뚜르게네프 Turgenev

그림 / Alessandro Tamponi ​ ​ ​ ​ ​ 거지 / 뚜르게네프 Turgenev ​ ​ ​ ​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늙은 거지 하나가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눈물어린 충혈된 눈, 파리한 입술, 다 해진 옷, 더러운 상처, 오오, 가난은 어쩌면 이렇게 처참히 이 사람을 갉아먹는 것일까! 그는 신음하듯 동냥을 청한다. 나는 호주머니를 모조리 뒤져 보았다. 지갑도 없다. 시계도 없다. 손수건마저도 없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거지는 기다리고 있었다. 나에게 내민 그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리고 있다. 당황한 나머지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그 더러운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용서하시오, 형제,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려" 거지는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파리한 ..

호수 / 이바라기 노리코

그림 / 이고르 베르디쉐프 (러시아) ​ ​ ​ ​ 호수 / 이바라기 노리코 ​ ​ ​ "엄마란 말이야 조용한 시간이 있어야 해" ​ 명대사를 들은 것일까! ​ 되돌아보면 땋은 머리와 단발머리 두 개의 책가방이 흔들리는 낙엽 길 ​ 엄마만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조용한 호수를 가져야한다 ​ 다자와 호수와 같이 푸르고 깊은 호수를 비밀스레 가지고 있는 사람은 ​ 말해 보면 안다 두 마디 세 마디로 ​ 그야말로 조용하고 잔잔한 쉽게 불지도 줄지도 않는 자신의 호수 결코 타인은 갈 수 없는 마의 호수 ​ 교양이나 학력은 아무 상관이 없다 인간의 매력이란 필시 그 호수에서 발생하는 안개다 ​ 빨리도 그것을 눈치챘나 보다 ​ 작은 두 소녀 ​ ​ ​ ​ 시집 /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