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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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젖은 수락산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 수락산을 갔다. 청학리 쪽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비에 젖은 나뭇잎들은 빛이 난다. 산을 직진으로 올라가서 돌아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계곡에 물소리가 콸콸콸 들린다. 전체 등산 예정 시간을 3시간 30분 잡았다. 수락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사자 울음 소리같이 들렸다. 멋진 자작 시도 여기서 탄생했다. 이른 아침이라서 숲이 조용했다. 바위가 멋진 이끼 드레스를 입었다. 무도회장에 가면 멋지겠다. 붉은 낙엽과 녹색이 대비가 되어 멋지다. 돌계단은 매우 운치가 있다. 미끄러질까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수락산 등산로 안내도 수락산은 이름 그대로 물이 많은 산이다. 물줄기를 보고 있으니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수락산 중턱에 아름다운 내원사 절이 있다. 마당이 깨끗하게 정돈이 되어있..

땅에게 바침

땅에게 바침 / 나호열 당신은 나의 바닥이었습니다 내가 이카루스의 꿈을 꾸고 있던 평생 동안 당신은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온몸을 굳게 누이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고개를 숙이니 당신이 보입니다 바닥이 보입니다 보잘 것 없는 내 눈물이 바닥에 떨어질 때에도 당신은 안개꽃처럼 웃음 지었던 것을 없던 날개를 버리고 나니 당신이 보입니다 바닥의 힘으로 당신은 나를 살게 하였던 것을 쓰러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화랑대 경춘선 숲길

아침에 비 소식이 있었다. 산책을 나갈까? 말까? 많은 비는 아니지만 비가 계속 내린다. 용기를 내서 나가기로 결정했다. 징검다리를 건너서 우산을 쓰고 산책을 나갔다. 청둥오리는 나보다 먼저 나와서 먹이를 찾는다. 경춘선 숲길 화랑대에 들어섰다. 비가 내리는 소리가 운치가 있다. 예쁜 사슴도 반겨준다. 밤에 보면 멋진 야광볼이 비에 목욕을 한다. 영원히 떠날 수 없는 미니 기차가 서있다. 사슴 가족들이 다정해 보인다. (모형) 활짝 페츄니아 꽃이 나를 반긴다. 기차와 얼룩말도 보인다. (모형) 화랑대역에 오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고 쓰여있다. 밤에 보는 불빛 정원은 아름답다. 오래된 경춘선 철로가 기차를 그리워한다. 길이 시원해 보인다. 무슨 나무 열매일까? 오동나무 열매인가? 나무로 만든 바닥이라서 ..

집에 대하여

집에 대하여 / 안도현 손에 흙 하나 묻히지 않고 집을 갖는다는 것은 저 제비들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볏짚 한 오라기 엮어 앉지 않고 진흙으로 한 톨 물어다 바르지 않고 너나없이 창문 큰 집을 원하는 것은 세상에 그만큼 훔치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인가 허구한 날 공중에 데서 살아가다 보면 내 손으로 땅 위에 집을 한 채 초가삼간이라도 지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혹시 바람에 찢기고 무너진다 해도 훗날 내 자식새끼들이 자라면 꽁지깃을 펴고 실폐하지 않는 집을 다시 지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