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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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선장

능숙한 선장은 폭풍을 만났을 때 폭풍을 대항하지 않으며 결코 절망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최후의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서 살길을 찾는다. 여기서 인생에 고난을 돌파하는 비결이 있다. - 제임스 램지 맥도널드- 인생을 살다가 보면 여러 종류의 폭풍을 만나게 된다. 세월이 지나 뒤돌아 보니 나도 무척 능숙한 선장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서 부부 싸움을 할 일이 별로 없지만 젊었을 때는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가끔씩 싸움을 했던 기억이 난다. 싸움이 시작되면 남편의 욱하는 성격을 알기에 싸움 당일에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리고 다음날 남편의 화가 조금 가라앉으면 선과 후의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그러면 남편은 말이 없어진다. "능숙한 선장은 폭풍을 만났을 때 폭풍을 대항..

희망은 날개 달린 것

희망은 날개 달린 것 / 에밀리 디킨스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 가운데 앉아 가사 없는 노래 부르네 그치지 않는 그 노래 모진 바람 불 때 제일 감미로워라 많은 사람 따뜻이 감싸준 그 작은 새 당황케 할 수 있다면 참으로 매서운 폭풍이리 나는 가장 추운 땅에서도 가장 낯선 바다에서도 그 노래 들었네 하지만 아무리 절박해도 그것은 내게 먹이를 달라 하지 않았네

화요일

화요일 / 김 남 규 하늘은 필 듯 말 듯 손그늘에 드나들고 흘리듯이 말해도 서로를 흠뻑 적시며 떼쓰는 봄날, 봄의 날 소꼽놀이 허밍처럼 우리는 지는 사람 진다고 흔들리는 사람 저수지 한 바퀴 돌면 계절 하나 바뀌겠지 꽃나비 가만 내려앉듯 마음 툭 치는 일몰 한 점 *김남규 / 충남 천안 출생.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외 수상. 시조집(밤만 사는 당신) 등과,연구서 (근대 현대시의 정형률 연구)가 있음

네가 옆에 있어~~

형제는 수족과 같고 부부는 의복과 같다 의복이 떨어졌을 때에는 새것으로 갈아입을 수 있지만 수족이 잘리면 잇기가 어렵다. -장자- 요즘 부부들은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이혼 사유도 간단하다 성격 차이란다. 이혼을 장자의 말씀처럼 새 옷을 갈아입듯 한다.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은 헌 옷 입듯이 한다. 쉽게 얻었으니 조금 살다가 또 이혼한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소홀히 여기지 말자.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부부의 역할, 부모의 역할을 잘해주었으면 좋겠다. 형제의 소중함은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 몸이 아프거나, 초상이 나면 형제의 소중함을 안다 끝까지 내 옆을 지키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형제들이다. 요즘은 자녀를 많이 낳지..

씨앗 값 (자작 시)

씨앗 값 / 이 효 돌짝밭에 심은 어린 배추 비 맞고 한 뼘이나 자랐네 뽑아서 삶아 나물 무칠까? 아니 된장 풀어 국 끓일까? 돌짝밭 뚫고 올라온 푸른 잎들 어찌 입안에 넣어 씹을까 손으로 만져보길 수십 번 망설이다 눈에만 넣었다 새벽부터 인사 나누는데 모가지가 전부 잘려나갔다 어머니 밤사이 도둑 들었소 고라니 짓이다 씨앗 값 안 나온다 심지 말라던 어머님 말씀 돌짝밭 갈고, 물 주고 고리니가 한순간 꿈을 삼켰다 대면한 적 없는 고라니 미워할까? 말까? 마음에 불이 난다 파란 하늘이 내게 묻는다 너는 누군가에게 씨앗 값 되어본 적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