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2022/12 33

만가(輓歌) / 도창회

그림 / 신종식 만가(輓歌) / 도창회 바람 탄 세월을 눈물로 머금어 보내고 설렘으로 다듬질 하던 방망이소리 이젠 가슴에 멎고 길바닥에 깔린 한 밟고 저승 먼 길 떠나간다 나뭇가지에 부는 부산한 바람따라 지난 삶의 희구들이 꽃상여에 매단 요령소리 되어 가을바람 타고 낙엽으로 난다 모서리마다 갈린 아픔 목피 쏟아 부른 노래 깊어서 더욱 서러운 외로운 넋을 어쩔고 망각천 깔고 앉아 엇가슴에 아린 속을 혈흔으로 달래도 떠나가면 다시 못 오리라 북망산 가는 길목 행여 이승소식 바람결에 들려와도 못들은 척 미련 두지 마소서 * 희구들이 (desire) 욕망, 원하다 * 망각천 / 온갖 감정의 탁류에 휩쓸리는 감정 * 북망산 / 죽음의 상징 산 도창회 교수님 *수필의 대가, 전 동국대 영문과 교수, *장시 *

풀 / 김수영

그림 / 조성호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시집 /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바람 부는 날의 풀 / 윤수천

그림 / 박중욱 바람 부는 날의 풀 / 윤수천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아동 문학가, 시인, 수필가 충북 영동 출생(1942~) 1974, 소년중앙 문학상 1976,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