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2022/12/09 2

당신의 숨 한 번 / 이 효

해설 ‘숨’과 ‘쉼’의 풍경을 읽다 나호열 (시인 · 문학 평론가)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보는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하나는 기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며, 또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기적奇跡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한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인과의 법칙을 넘어서서 이루어지는 것, 어떤 절망적 상황이 순식간에 극복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기적이 필요하지 않은 평온한 삶이다. 기적이 요구되지 않는 삶, 언제든 쉬고 잠잘 수 있는 집이 있고, 언제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양식糧食이 비축되어 있는, 어찌 보면 판에 박힌 쳇바퀴를 돌리는 삶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하..

계산동 성당 / 황유원

그림 / 장정화 계산동 성당 / 황유원 요즘엔 침묵만 기르다 보니 걸음까지 무거워졌지 뭡니까 한 걸음 한 걸음 지날 때마다 거기 벽돌이 놓여 뭐가 지어지고 있긴 한데 돌아보면 그게 다 침묵인지라 아무 대답도 듣진 못하겠지요 계산 성당이 따뜻해 보인다곤 해도 들어가 기도하다 잠들면 추워서 금방 깨게 되지 않던가요 단풍 예쁘게 든 색이라지만 손으로 만져도 바스라지진 않더군요 여린 기도로 벽돌을 깨뜨릴 순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옛 사제관 모형은 문이 죄다 굳게 닫혀 있고 모형 사제관 안에 들어가 문 다 닫아버리고 닫는 김에 말문까지 닫아버리고 이제 그만 침묵이나 됐음 하는 사람이 드리는 기도의 무게는 차라리 모르시는 게 낫겠지요 너무 새겨듣진 마세요 요즘엔 침묵만 기르다 보니 다들 입만 열면 헛소리라 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