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장정화
계산동 성당 / 황유원
요즘엔 침묵만 기르다 보니
걸음까지 무거워졌지 뭡니까
한 걸음 한 걸음 지날 때마다 거기 벽돌이 놓여
뭐가 지어지고 있긴 한데
돌아보면 그게 다 침묵인지라
아무 대답도 듣진 못하겠지요
계산 성당이 따뜻해 보인다곤 해도
들어가 기도하다 잠들면
추워서 금방 깨게 되지 않던가요
단풍 예쁘게 든 색이라지만
손으로 만져도 바스라지진 않더군요
여린 기도로 벽돌을 깨뜨릴 순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옛 사제관 모형은 문이 죄다 굳게 닫혀 있고
모형 사제관 안에 들어가 문 다 닫아버리고
닫는 김에 말문까지 닫아버리고 이제 그만
침묵이나 됐음 하는 사람이 드리는 기도의 무게는
차라리 모르시는 게 낫겠지요
너무 새겨듣진 마세요
요즘엔 침묵만 기르다 보니
다들 입만 열면 헛소리라 하더군요
그러니 한겨울에도 예쁘게 단풍 든 성당은
편안히 미술관에서나 감상하시는 편이 좋겠지요
<황유원 시인>
*1982년 울산 출생
*서강대 종교학, 철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2013 문학동네 신인상
*34회 김수영 문학상
*첫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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