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바늘귀 / 이 효

푸른 언덕 2022. 12. 11. 16:30

 

그림 / 문미란

 

 

 

바늘귀  /  이 효

 

 

이불 꿰매는 엄마

바늘귀에 실은 혀끝을 더듬는다

엿가락 뽑듯 길게 당긴 늘어진 오후

 

요년, 시집 멀리 갈래

엄마, 실을 길게 꿰면 새들이 수평선 넘어가

싫어, 소라와 게처럼 살래

대답은 빨랫줄에서 웃는다

 

햇살이 싹둑 잘린 오후

줄에 풀 먹인 유년이 펄럭인다

짧은 눈썹 같은 대답이 유순해진다

 

그녀는 구름 위에 신방을 꾸민다

 

그날 이후

딸년의 낭창거리는 목소리 들리지 않는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자연 / 이근배  (46) 2022.12.31
울음이 타는 가을江 / 박재삼  (27) 2022.12.28
계산동 성당 / 황유원  (12) 2022.12.09
늙어가는 첫사랑 애인에게 / 최금진  (20) 2022.12.07
부치지 않은 편지2 / 정호승  (19) 202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