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겨울 자연 / 이근배

푸른 언덕 2022. 12. 31. 18:48

 

그림 / 소순희

 

 

 

겨울 자연 / 이근배

 

 

나의 자정에도 너는

깨어서 운다

산은 이제 들처럼 낮아지고

들은 끝없는 눈발 속을 헤맨다

나의 풀과 나무는 어디 갔느냐

해체되지 않은 영원

떠다니는 꿈은 어디에 살아서

나의 자정을 부르느냐

따순 피로 돌던 사랑 하나가

광막한 자연이 되기까지는

자연이 되어 나를 부르기까지는

너의 무광의 죽음

구름이거나 그 이전의 쓸쓸한 유폐

허나 세상을 깨우고 있는

꿈속에서도 들리는 저 소리는

산이 산이 아닌, 들이 들이 아닌

모두가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쁨 같은 울음이 달려드는 것이다.

 

 

 

<이근배 시인>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역임

*경향, 서울, 조선, 동아, 한국일보 신춘문예 5관왕

*시집 <노래여 노래여>외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친 그대여 / 안재식  (35) 2023.01.02
우주의 그릇 / 이근배  (37) 2023.01.01
울음이 타는 가을江 / 박재삼  (27) 2022.12.28
바늘귀 / 이 효  (17) 2022.12.11
계산동 성당 / 황유원  (12) 2022.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