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한영숙 늙어가는 첫사랑 애인에게 / 최금진 주인 없는 황량한 뜰에서 아그배나무 열매들은 저절로 떨어지고 내가 만든 편견이 각질처럼 딱딱하게 손끝에서 만져질 때 아침엔 두통이 있고, 점심땐 비가 내리고 밤새 달무리 속을 걸아가 큰 눈을 가진 개처럼 너의 불 꺼진 창문을 지키던 나는 이제 없다 그때 너와 맞바꾼 하나님은 내 말구유 같은 집에는 다신 들르시질 않겠지 나는 어머니보다 더 빨리 늙어가고 아무리 따라하려 해도 안되는 행복한 흉내를 거울은 조용히 밀어낸다 혼자 베란다에 설 때가 많고, 너도 남편 몰래 담배나 배우고 있으면 좋겠다 냄새나는 가랑이를 벌리고 밑을 씻으며 습관적으로 욕을 팝콘처럼 씹어 먹고 아이의 숙제를 끙끙대며 어느 것이 정답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너무 많은 정답과 오답을 가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