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송태관 봄의 미안 / 이은규 누가 봄을 열었을까, 열어줬을까 허공에서 새어나온 분홍 한 점이 떨고 있다 바다 밑 안부가 들려오지 않고, 않고 있는데 덮어놓은 책처럼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말을 반복한다 미안未安 잘못을 저지른 내 마음이 안녕하지 못하는 말 이제 그 말을 거두기로 하자, 거두자 슬플 때 분홍색으로 몸이 변한다는 돌고래를 본 적이 있다 모든 포유류는 분홍분홍 울지도 모른다 오는 것으로 가는 봄이어서 언제나 4월은 기억투쟁 특별구간이다 그렇게 봄은 열리고 열릴 것 인간적인 한에서 이미 약을 선택한 거라고 말한다면 그때 바다에 귀 기울이자 슬픔은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그 무엇이어서 봄은 먼 분홍을 가까이에 두고 사라질 것 성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