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물의 뺨을 쳤다 / 정일근​​

푸른 언덕 2022. 5. 10. 19:10

그림 / 진옥

 

 

물의 뺨을 쳤다 / 정일근

산사서 자다 일어나 물 한 잔 떠먹었다

산에서 흘러 돌확에 고이는 맑은 물이었다

물 마시고 무심코 바가지 툭, 던졌는데

찰싹, 물의 뺨치는 소리 요란하게 울렸다

돌확에 함께 고인 밤하늘의 정법과

수많은 별이 제자리를 지키던 율이 사라졌다

죄였다, 큰 죄였다

법당에서 백여덟 번 절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물의 뺨은 퉁퉁 부어 식지 않았다

정일근 시집 / 소금 성자 <산지니>

 

*경남 진해 출생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소금 성자 ><방><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오른손잡이의 슬픔>

*소금 성자는 열두 번째 시집이다

*경남대학 문과대학 문화콘텐즈학과 교수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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