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진옥
물의 뺨을 쳤다 / 정일근
산사서 자다 일어나 물 한 잔 떠먹었다
산에서 흘러 돌확에 고이는 맑은 물이었다
물 마시고 무심코 바가지 툭, 던졌는데
찰싹, 물의 뺨치는 소리 요란하게 울렸다
돌확에 함께 고인 밤하늘의 정법과
수많은 별이 제자리를 지키던 율이 사라졌다
죄였다, 큰 죄였다
법당에서 백여덟 번 절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물의 뺨은 퉁퉁 부어 식지 않았다
정일근 시집 / 소금 성자 <산지니>
*경남 진해 출생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소금 성자 ><방><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오른손잡이의 슬픔>
*소금 성자는 열두 번째 시집이다
*경남대학 문과대학 문화콘텐즈학과 교수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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