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철규 도마의 구성 / 마경덕 나무도마에게 딸린 식구는 혼자 사는 여자와 칼 하나 닭집 여자는 칼에게 공손하고 칼은 도마를 얕본다 서열은 칼, 여자, 도마 도마는 늙었고 칼은 한참 어리다 칼받이 노릇에 잔뼈가 물러버린 도마는 칼 하나와 애면글면 둘 사이에 죽은 닭이 끼어들면 한바탕 치고 받는다 내리치는 서슬에 나이테가 끊어지고 이어 찬물 한 바가지 쏟아진다 닭이 사라져도 도마를 물고 있는 칼 칼은 언제나 도마 위에서 놀고 도마는 칼집투성이다 이 조합은 맞지 않아요 도마가 애원해도 여자는 늘 도마를 무시하고 칼은 여전히 버릇이 없다 어디서 굴러온 막돼먹은 칼을 여자는 애지중지 받는다 마경덕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이재호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