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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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당신(자작 시)

눈먼 당신 / 이 효 유월이 오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하는데 겹겹이 쌓아 올린 꽃봉오리 지나가는 행인들 내 향기에 취할까 봐 담장 위로 달아납니다. 도시 사람들이 무심히 눌러대는 셔터 소리에 수많은 가시들 뽑아 마음 밭에 울타리를 두릅니다. 유월이 오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하는데 계절마다 당신을 위해 겹겹이 쌓아 올린 붉은 연정 태양 앞에 활짝 펼쳐 놓아도 보지 못하는, 눈먼 당신 안에서부터 터져버린 붉은 울음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입니다.

장미꽃

장미꽃 / 권오삼 화병에 꽂아 두었던 빨간 장미꽃 한 송이 자주빛으로 쪼그라진 채 말라죽었다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무심코 꽃송이에 코를 대어 봤더니 아직도 은은한 향내가 났다 나는 깜짝 놀라 도로 꽃병에 꽂았다 비록 말라죽기는 했지만 향기만은 아직 살아 있기에 죽으면서도 향기만은 빼앗길 수 없다는 듯 품속에 꼬옥 품고 있는 장미꽃 꼭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가 활짝 피었어요.

해마다 5월이 되면 중랑구에서 장미축제를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축제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수백 송이의 장미는 여전히 활짝 펴서 자태를 뽐내는데 봐주는 사람들이 없어서 풀이 죽은 것 같네요. 친구가 항상 축제를 시작하는 오월이 되면 저를 불러 주었는데 올해는 소식이 없네요. 그래서 장미가 지기 전에 혼자 찾아가 보았습니다. 장미 광장은 열려 있는데 장미길은 닫혀있네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장미꽃을 보니 용혜원 시인의 장미 한 송이란 시가 생각나네요. 장미 한 송이 / 용혜원 장미 한 송이 드릴 님이 있으면 행복하겠습니다. 화원에 가득한 꽃 수많은 사람이 무심코 오가지만 내 마음은 꽃 가까이 그리운 사람을 찾습니다. 무심한 사람들 속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장미 한 다..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 바이런 이렇게 밤 이슥토록 우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마음 아직 사랑에 불타고 달빛 아직 밝게 빛나고 있지만 칼날은 칼집에 닳게 하고 영혼은 가슴을 해지게 하는 것이니 마음도 숨돌리기 위해 멈춤이 있어야 하고 사랑 자체에도 휴식이 있어야 하리 밤은 사랑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 그 밤 너무 빨리 샌다 해도 우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달빛을 받으며

문학 이야기 2020.05.18

민들레 밭 만들기

어머니가 사시던 시골에 돌밭이 있다. 오늘은 식구들이 함께 힘을 모아 돌밭을 민들레 밭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제일 먼저 삽으로 흙을 파서 고랑을 만드는 일을 했다. 무척 쉬워 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중간에 포기할 수가 없어서 식구들과 함께 열심히 흙을 팠다. 고랑을 만든 후에 갈키로 돌을 걸러내고 흙을 평평하게 만들어주었다. 돌이 무척 많이 나왔다. 돌밭에 거름을 골고루 뿌려주었다. 식물이 잘 자라도록 계분을 주었다. 호미로 구멍을 파고 구해온 민들레들을 하나씩 심었다.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다. 비가 오면 축 늘어진 민들레들이 생기를 찾으리라 믿는다. 돌밭을 멋진 민들레 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땅은 사람이 노력한 만큼 수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