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눈먼 당신(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5. 19. 15:03

눈먼 당신 / 이 효

유월이 오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하는데
겹겹이 쌓아 올린 꽃봉오리
지나가는 행인들
내 향기에 취할까 봐
담장 위로 달아납니다.

도시 사람들이
무심히 눌러대는 셔터 소리에
수많은 가시들 뽑아 마음 밭에
울타리를 두릅니다.

유월이 오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하는데
계절마다 당신을 위해
겹겹이 쌓아 올린 붉은 연정
태양 앞에 활짝 펼쳐 놓아도
보지 못하는, 눈먼 당신

안에서부터 터져버린 붉은 울음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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