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가시 (자작시)

푸른 언덕 2020. 5. 16. 19:57

 

 

가시    / 이   효

 

어두운 세상 머리 들고

붉은 벽돌 틈새로 오른 풀

이 봄날

누군가의 손아귀에 잡혀

머리채 뽑혀도 또 올라오는 풀

 

사랑의 날개 부러진 날

세상 짐 지고 바다로 간다

파도에 몸을 맡긴 순간

누군가 머리채 잡아 올린다

 

붉은 벽돌이고 오른 풀

숱한 슬픔 하늘 적신다

바윗처럼 무거운 내 사랑

너처럼 뚫고 다시 서련다


몸에 꽃이 아닌 가시가 핀다 한들

가시로 제 살을 찔려 보았기에

가시로 남은 사랑 찌르지 않는다

 

향기 없지만 남은 인생

무딘 가시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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