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햇살 / 이 효
오랜만에 찾아간 아버지 산소
서리가 곱게 뿌려졌습니다
차가운 서릿발 속에서도
질기게 올라오는 잡초들
너는 살겠다고 올라오고
나는 죽이려고 목을 비틀고
인생이 다 그렇지
수술대 위에서 생명 끈 놓으시고
이젠 그만 살련다
오늘은 늙은 딸이 찾아왔습니다.
멀리서 까마귀 우는소리
등 뒤에서 따듯한 햇살이
산소 위 서리를 녹여줍니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찾아온
딸내미가 밉기도 하셨을 텐데
햇살처럼 환하게 웃어 주십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
무덤 옆 그림자 고개 끄덕여줍니다
고마운 햇살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매일 아버지 산소에 찾아와
포근한 이불 덮어주는 네가
못난 딸보다 낫구나.
서리가 곱게 내린 날
아버지 기일에 산소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쓴 글입니다.
어버이날이 되니 10년 전에 병상에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
글을 꺼내어 다시 읽어봅니다.
가슴이 또 먹먹해집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많이 사랑합니다
살아생전에 왜 이런 말들을 해드리지
못했는지 많이 후회스럽습니다.
내 옆에 누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 돌아보세요.
그 사람이 미워도 당신에겐 오늘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옆에 있는 그 사람에게 용기 내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참 감사합니다"
말해보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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