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익어간다는 것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4. 30. 09:02

 

익어간다는 것 / 이 효

 

연둣빛 치마저고리 입고

노란 꽃잎 머리에 달고

종이 가마 타고 시집온 너

 

한 여자가 익어 간다는 것은

눈금 잃은 저울

노랗게 물든다는 것은

긴 시간 속을 홀로 걷는 일

 

익어 간다는 것은

고단한 살림 견디어 내는 일

 

익어간다는 것은

자신을 녹여

다른 사람들과 하나 되는 것

 

익어 간다는 것은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설탕처럼 끈적하게 스며드는 일

 

익어간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속을 텅 비우는 일

한 평생 눈금 잃은

사랑의 저울이 되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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