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정지된 화면

푸른 언덕 2020. 4. 22. 12:51

 

정지된 화면 / 이 효

 

아파트 앞 양지바른 곳

두 마리 고양이가 햇살을 받고 있다.

어린 새끼 고양이 어미 등에 매달려

세상을 바라본다.

 

호기심 많은 낯선 여자

카메라 들고 가까이 다가간다.

새끼 고양이 등에 털이 선다.

 

헤치지 않을게 ~

여자의 눈빛 봄 햇살 보낸다.

날카로운 어미의 눈빛 앞에

영산홍 꽃잎 따서

살포시 바닥에 내려놓는다

 

붉은 꽃잎 향기가 전해졌나?

어미 눈빛이 풀잎처럼 눕는다.

새끼 고양이 털이 꽃잎처럼 날린다.

 

봄의 끝자락에 정지된 화면 한 장면

고양이 눈빛으로 봄을 활활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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