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어머니와 묵

푸른 언덕 2020. 4. 19. 05:56

 

어머니와 묵 / 이 효

 

간병인 없는 날

찾아간 어머니 집

나만 보면 묵 쑤신다

 

꼬부라진 허리

간신히 싱크대 매달려

바로 서지도 못하신다

 

뜨거운 주걱 빼앗어 돌린다

불 줄여라

열 받지 말고 살라는 말씀

천천히 저어라

욕심부리지 말라는 말씀

오래 저어라

끈기 있게 살라는 말씀

 

어머니 잔소리

고은 보자기에 싸서 온다

풀어보니 검게 탄

어머니 일생

입안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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