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하루만 더

푸른 언덕 2020. 4. 16. 22:30

 

하루만 더 / 이 효

 

자색 빛 곱디 고아

아침마다 내 발걸음

시간에 걸려 넘어진다

오월이 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누레진 너

자목련 꽃잎 떨어질 때

내 심장도 시든다

 

이른 아침

떠나는 너

향기라도 내 몸에 박아두려고

아파트 현관 문을 나선다

하늘로 곧게 선 빗자루

경비 아저씨 모질게 꽃잎 턴다

 

하루만 더 기다려주지

할머니가 털 난 짐승 모질다 말했지만

본 적은 없었다

오늘 보았다 모진 짐승

나랑 똑같이 닮았다

 

그래

검버섯 떨어지는 세월

나도 밉고 싫은데

누렇게 물들어 가는 잎

바닥에서 춤추는데

아저씨 마음 언저리 고단하다

 

그래도

자꾸만 입에서 구르는 말

하루만 더 기다려주지

활짝 지고 싶었을 텐데

추하지 않게 ~

땅을 보니 봄이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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