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어머니 정원

푸른 언덕 2020. 4. 12. 08:16

 

 

어머니 정원 / 이 효

 

햇살이 부러진 날개로

파닥 거리는 오후

창문 앞에 앉은 어머니

늘어진 두 볼은

세월만큼 무겁습니다

 

창문 넘어 붉은 꽃봉오리

아버지 살아생전 환한 미소

어머니 홀로 남겨놓고

가실 줄 어찌 아시고

당신 닮은 모란 가지

곱게 땅에 꼽아 놓으셨나요

 

모란꽃이 필 때면 창가에 앉아

아버지랑 밥상에 마주 앉은 듯

"바람 부네 영감 춥지"

"비가 오네 영감 창문 닫을까"

"꽂이 피었네" 어머니 말이 없다.

 

어머니 정원에 눈물 한 방울

붉은 모란꽃 속에 피어난

아버지 환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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