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맨발의 봄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5. 12. 23:44

 

 

맨발의 봄  /   이    효

 

식탁 위에 자식들이

하나 둘 놓고 간 꽃바구니

가득하건만

늙으신 어머니 창가에 앉아

어젯밤에 내린 비를 원망한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붉은 작약이 진자리 옆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손길 닿은

수국이 연이어 활짝 피는데

어젯밤 내린 비에

하얀 꽃잎 바닥에 수북하다.

 

자식들이 한가득 놓고 간

꽃바구니 엄마 마음 홀리는데

땅에 떨어진 살결 고은 하얀 꽃잎에

어머니 마음 내려앉는다

 

마당에 나가 아버지 닮은 꽃잎

어머니 몰래 빗자루질한다

대문 밖에 살며시 내어 놓는다

아버지 닮은 젖은 봄날

 

봄은 맨발로 환하게 웃으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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