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 1363

기우는 해

기우는 해 / 신 달 자 너는 산을 넘고 나에겐 밤이 온다 너의 불붙는 옷자락에 내 피가 기울어 나는 더욱 캄캄해지고 더 캄캄해질수록 산을 넘는 너의 불꽃은 활활 탄다 캄캄해지는 것과 불붙는 일 내 생을 줄이면서 이 두 가지일 것 그 두 가지가 오늘 더 찬란하게 마른 울음으로 땅을 친다 마음 구석에 달라붙은 상처들은 지구의 반이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도 옮겨 붙지 않고 따로 타오르고 나는 어둠에 섞여 따로 어두워지고~~

바람 같은 노래 (자작 시)

바람 같은 노래 / 이 효 세상이 온통 푸른 물감으로 물이들었다. 땅에 뿌리박고 춤추는 무희도 하늘을 나는 나비도 청춘의 마음속에 무거운 돌들 화려함도 남루함도 이 순간 만큼은 함께 얼굴을 맞대고 웃자. 여름이 붉게 운다. 세상이 온통 녹색에 감옥에 갇혔다 소녀들아, 소년들아 일어나 나비처럼 날아라 벽의 절망을 뚫고 빛으로 나가자 바람 같은 노래가 아프지만 부르지 않는 것보다 낫다 너는 아직 청춘이니까

헤어진다는 것은

헤어진다는 것은 / 조 병 화 맑아지는 감정의 물가에 손을 담그고 이슬이 사라지듯이 거치러운 내 감정이 내 손으로 깊이 사라지길 기다렸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해와 달이 돌다 밤이 내리면 목에 가을 옷을 말고 -이젠 서로 사랑만 가지곤 견디지 못합니다 -그리워서 못 일어서는 서로의 자리올시다 슬픈 기억들에 젖은 사람들 별 아래 밤이 내리고 네온이 내리고 사무쳐서 모이다 진 자리에 마음이올시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바랭이

바랭이 / 최 영 호 땡볕에 바랭이야 굿판 한 번 놀아나 보자 엊그제 땡처리된 달개비도 불러와서 맨땅에 벼락 치듯이 신명이나 덩더꿍 놀자 호구가 따로 있나 사는 놈이 장땡이지 한시름 휘어 잡혀 머리채 패대기쳐도 살아서 죽는 날까지 얽히고설켜 새끼도 치고 비정규 일용이는 애면글면 헤매는데 쌓이면 설음 되고 맺히면 병이 되어도 사는 건 벌 거 있다며 견디는 게 사는 거라며 쇠뜨기 질경이야 살풀이 한판 어절시구나 바지춤 홀랑 내린 각설이 품바춤에 징하고 독한 놈끼리 살막이나 놀아보자 *최영호 1999년 현대시조 추천 200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김마중 문학상, 청강 문학상,형평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수상 시집(노다지 라예) (죽고 못사는) (컵밥 3000 오디세이아)

희망은 날개 달린 것

희망은 날개 달린 것 / 에밀리 디킨스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 가운데 앉아 가사 없는 노래 부르네 그치지 않는 그 노래 모진 바람 불 때 제일 감미로워라 많은 사람 따뜻이 감싸준 그 작은 새 당황케 할 수 있다면 참으로 매서운 폭풍이리 나는 가장 추운 땅에서도 가장 낯선 바다에서도 그 노래 들었네 하지만 아무리 절박해도 그것은 내게 먹이를 달라 하지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