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 1363

화요일

화요일 / 김 남 규 하늘은 필 듯 말 듯 손그늘에 드나들고 흘리듯이 말해도 서로를 흠뻑 적시며 떼쓰는 봄날, 봄의 날 소꼽놀이 허밍처럼 우리는 지는 사람 진다고 흔들리는 사람 저수지 한 바퀴 돌면 계절 하나 바뀌겠지 꽃나비 가만 내려앉듯 마음 툭 치는 일몰 한 점 *김남규 / 충남 천안 출생.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외 수상. 시조집(밤만 사는 당신) 등과,연구서 (근대 현대시의 정형률 연구)가 있음

네가 옆에 있어~~

형제는 수족과 같고 부부는 의복과 같다 의복이 떨어졌을 때에는 새것으로 갈아입을 수 있지만 수족이 잘리면 잇기가 어렵다. -장자- 요즘 부부들은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이혼 사유도 간단하다 성격 차이란다. 이혼을 장자의 말씀처럼 새 옷을 갈아입듯 한다.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은 헌 옷 입듯이 한다. 쉽게 얻었으니 조금 살다가 또 이혼한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소홀히 여기지 말자.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부부의 역할, 부모의 역할을 잘해주었으면 좋겠다. 형제의 소중함은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 몸이 아프거나, 초상이 나면 형제의 소중함을 안다 끝까지 내 옆을 지키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형제들이다. 요즘은 자녀를 많이 낳지..

씨앗 값 (자작 시)

씨앗 값 / 이 효 돌짝밭에 심은 어린 배추 비 맞고 한 뼘이나 자랐네 뽑아서 삶아 나물 무칠까? 아니 된장 풀어 국 끓일까? 돌짝밭 뚫고 올라온 푸른 잎들 어찌 입안에 넣어 씹을까 손으로 만져보길 수십 번 망설이다 눈에만 넣었다 새벽부터 인사 나누는데 모가지가 전부 잘려나갔다 어머니 밤사이 도둑 들었소 고라니 짓이다 씨앗 값 안 나온다 심지 말라던 어머님 말씀 돌짝밭 갈고, 물 주고 고리니가 한순간 꿈을 삼켰다 대면한 적 없는 고라니 미워할까? 말까? 마음에 불이 난다 파란 하늘이 내게 묻는다 너는 누군가에게 씨앗 값 되어본 적 있냐고~

여름의 마지막 장미

여름의 마지막 장미 / 토마스무어(아일랜드시인) 여름의 마지막 장미꽃 하나 홀로 남아서 피었구나 사랑하는 친구도 모두 사라졌다 꽃잎도 없고, 꽃순도 남은 게 없다 빨갛던 얼굴들을 서로 볼 수도 슬픔을 주고 받을 수도 없구나 줄기라도 기억해 주기 위해 외로운 그대 홀로 남겨 놓고 난 떠나지 않으리 가서 친구들과 함께 잠들어요 친구들이 떨어져 잠든 화단에 같이 잎파리 그대 잠든 위에 사뿐히 뿌려 줄 테니 친구들이 없어지면 나도 곧 따라 가리라.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 김기만 끝없는 기다림을 가지고도 견뎌야만 하는 것은 서글픈 그리움을 가지고도 살아야만 하는 것은 소망 때문이요 소망을 위해서이다 그대 사랑하고부터 가진 게 없는 나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며 보냈던 많은 날 가을 하늘에 날리는 낙엽처럼 내겐 참 많은 어둠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요 내가 널 잊어버릴 수 있는 계절은 아직도 만나지 못한 까닭이요 그리고 뒤돌아설 수 있는 뒷모습을 아직 준비하지 못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