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 1363

땅에게 바침

땅에게 바침 / 나호열 당신은 나의 바닥이었습니다 내가 이카루스의 꿈을 꾸고 있던 평생 동안 당신은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온몸을 굳게 누이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고개를 숙이니 당신이 보입니다 바닥이 보입니다 보잘 것 없는 내 눈물이 바닥에 떨어질 때에도 당신은 안개꽃처럼 웃음 지었던 것을 없던 날개를 버리고 나니 당신이 보입니다 바닥의 힘으로 당신은 나를 살게 하였던 것을 쓰러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 대하여

집에 대하여 / 안도현 손에 흙 하나 묻히지 않고 집을 갖는다는 것은 저 제비들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볏짚 한 오라기 엮어 앉지 않고 진흙으로 한 톨 물어다 바르지 않고 너나없이 창문 큰 집을 원하는 것은 세상에 그만큼 훔치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인가 허구한 날 공중에 데서 살아가다 보면 내 손으로 땅 위에 집을 한 채 초가삼간이라도 지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혹시 바람에 찢기고 무너진다 해도 훗날 내 자식새끼들이 자라면 꽁지깃을 펴고 실폐하지 않는 집을 다시 지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