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 1363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이정하 그대 굳이 알은척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 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메마른 시간

메마른 시간 / 이 효 화분에 메마른 나무는 더 이상 새싹을 튀지 못한다 메리스로 인한 메마른 시간들 장마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마음속 메마른 세월들 더 이상 그리움 꽃피우지 못한다 세상이 절망의 유리벽을 쌓을 때 시멘트 틈을 뚫고 생명이 올라온다 노란 민들레 씨앗 파란 하늘로 기어이 올라가 흰 구름 속에서 발아한다. 희망의 씨앗이여! 피어나라 쓰러지는 절망의 생명들이여! 힘을 내라! 구름위에 핀 노란 꽂을 보라

기다리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 안도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불꺼진 간이역에 서 있지 말라 기다림이 아름다운 세월은 갔다 길고 찬 밤을 건너가려면 그대 가슴에 먼저 불을 지피고 오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비로서 싸움이 아름다울 때가 왔다. 구비구비 험한 산이 가로막아 선다면 비껴 돌아가는 길을 피하지 말라 산이 무너지게 소리라도 질러야 한다 함성이 기적으로 울 때까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그대가 바로 기관차임을 느낄 때까지

겸손히 (자작 시)

겸손히 / 이 효 산이 내게 길을 내어준다 길가에 풀꽃 심장에 담아 소복이 내어준다. 잔잔한 나뭇잎들 하늘에 씻어 푸르게 내어준다. 너는 누군가에게 길을 내어준 적 있는가? 욕심 없이 가는 길 풀꽃으로 내어준 적 있는가? 등을 밟아도 마음을 밟아도 산은, 무거운 바위 업고 한 계절 피어 올린다. 계절이 옷을 벗는 날까지 섬세한 흙길 겸손히 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