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 1363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그림 / 최금란 ​ ​ ​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 ​ ​ ​ 시집 / 세계의 명시 ​ ​ ​ ​ ​

블루 / 나호열

그림 / 신종섭 ​ ​ ​ 블루 / 나호열 ​ ​ 투명한데 속이 보이지 않는 풍덩 빠지면 쪽물 들 것 같은데 물들지 않는, ​ 가슴이 넓은 너에게로 가면 나는 새가 되고 유유히 헤엄치는 인어가 되지 푸를 것 같은데 푸르지 않은 눈물처럼 너는 나의 하늘 너는 나의 바다 ​ 그저 푸름이지 푸름이지 되뇌면 푸릉푸릉 싹이 돋을 것 같은 ​ ​ ​ 나호열 시집 /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 ​ ​ ​ ​ ​

공부 / 김사인

그림 / 신일호 ​ ​​ ​ 공부 / 김사인 ​ ​ ​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면 나는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착하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요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인적 드문 소로길 스적스적 걸어 날이 저무는 일 비 오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으로 골똘히 서 있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 ​ ​ 김사인 시집 / 어린 당나귀 곁에서 ​ ​ ​ * 195..

답장 / 조광자

그림 / 박정실 ​ ​ ​ ​ 답장 / 조광자​ ​ ​ ​ 내 곁에 머무는 난(蘭)의 가슴에 사랑의 연서를 보냈는데 ​ 추운 겨울에 가느다란 대궁을 밀어 올리더니 하얀 별꽃을 매달아 놓았다 ​ 사랑이 별을 달고 왔다 지상으로 내려온 별들이 어두운 방 안을 환하게 피웠다 ​ 추신으로, 향기까지 덧붙였다 ​ ​ ​ ​ 조광자 시집 / 닿을 수 없는 슬픔에게 ​ ​ ​ ​​

섬진강 2 / 김용택

그림/ 김미자 섬진강 2 / 김용택 저렇게도 불빛이 살아나는구나. 생솔 연기 눈물 글썽이며 검은 치마폭 같은 산자락에 몇 가옥 집들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불빛은 살아나며 산은 눈뜨는구나. 어둘수록 눈 비벼 부릅뜬 눈빛만 남아 섬진강물 위에 불송이로 뜨는구나. 밤마다 산은 어둠을 베어내리고 누이는 매운 눈 비벼 불빛 살려내며 치마폭에 쌓이는 눈물은 강물에 가져다 버린다. 누이야 시린 물소리는 더욱 시리게 아침이 올 때까지 너의 허리에 두껍게 감기는구나. 이른 아침 어느새 너는 물동이로 얼음을 깨고 물을 퍼 오는구나. 아무도 모르게 하나 남은 불송이를 물동이에 띄우고 하얀 서릿발을 밟으며 너는 강물을 길어오는구나. 참으로 그날이 와 우리 다 모여 굴뚝마다 연기나고 첫날밤 불을 끌 때까지는, 스스로 허리띠를 ..

밥값 / 문태준

​ ​ ​ ​ 밥값 / 문태준 ​ ​ 허름한 식당에서 국밥을 한술 막 뜨고 있을 때 그이가 들어섰다 나는 그이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수레에 빈 병과 폐지 등속을 싣고 절룩거리며 오는 그이를 늦은 밤 좁은 골목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이는 식당 한편 벽에 걸린 달력의 28일을 오른손으로 연거푸 짚어 보였다 무슨 말인가를 크게 했으나 나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식당의 여주인은 조금도 언짢아하는 기색이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짧은 시간 후의 그이의 앞에 따뜻한 밥상이 왔다 ​ ​ ​ 문태준 시집 ​ ​ ​ ​ ​ ​

봄소식 / 문태준

​ ​ ​ ​ ​ 봄소식 / 문태준​ ​ ​ ​ 푸릇푸릇 처음 돋은 수선화 싹을 닭이 부리로 콕콕 쪼고 쑤석쑤석하네 ​ 어머니가 작대기로 무른 땅을 두드리며 닭을 수선화의 바깥으로 쫓아내네 ​ 닭은 놀라 사납게 푸덕푸덕 날개를 치네 ​ 닭의 바깥에는 뾰조록이 더 올라오는 어린 봄 ​ ​ ​ ​ 문태준 시집 / 아침은 생각한다 ​ ​ ​ ​ ​ ​

봄비 / 문태준

그림 / 유진선 ​ ​ ​ ​ 봄비 / 문태준​ ​ ​ ​ 봄비 온다 공손한 말씨의 봄비 온다 ​ 먼 산등성이에 상수리나무 잎새에 ​ 송홧가루 날려 내리듯 봄비 온다 ​ 네 마음에 맴도는 봄비 온다 ​ 머윗잎에 마늘밭에 일하고 오는 소의 곧은 등 위에 ​ 봄비 온다 어진 마음의 봄비 온다 ​ ​ ​ ​ 문태준 시집 / 아침은 생각한다 ​ ​ ​ * 붙임성 댓글은 사양합니다 답방을 하지 않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