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 등꽃 등꽃, 등꽃 / 안 도 현 등꽃이 피었다 자국이다, 저것은 허공을 밟고 이 세상을 성큼성큼 건너가던 이가 우리집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내 사는 꼴 들여다보고는 하도 우스워 혼자 키득거리다가 그만 나한테 들키는 순간이었는데, 급한 김에 발자국만 여러개 등나무에 걸어놓고 이 세상을 .. 문학이야기/명시 2020.05.15
처음은 다 환했다 처음은 다 환했다 / 김용택 매미가 운다 매미 소리에게 내 마음을 준다 남보라색 붓꽃이 피었다 꽃에게 내 마음을 준다 살구나무에 바람이 분다 바람에게 내 마음을 준다 날아가는 나비에게 가만히 서 있는 나무에게 마음을 주면 나비도 나무도 편해지고 내 마음이 편해진다 흘러가는 저.. 문학이야기/명시 2020.05.13
맨발의 봄 (자작 시) 맨발의 봄 / 이 효 식탁 위에 자식들이 하나 둘 놓고 간 꽃바구니 가득하건만 늙으신 어머니 창가에 앉아 어젯밤에 내린 비를 원망한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붉은 작약이 진자리 옆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손길 닿은 수국이 연이어 활짝 피는데 어젯밤 내린 비에 하얀 꽃잎 바닥에 수북하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05.12
봄길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난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난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졌다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 문학이야기/명시 2020.05.11
감악산 운무 감악산의 운무 / 이 효 쏟아내고 싶다 나무가 비의 마음을 알고 소리 없이 밤새도록 비를 받아주듯이 쏟아내고 싶은 마음 내 마음을 누가 알까 그 마음 붉게 우는지 시퍼렇게 우는지 감악산은 내 마음을 알까 굳은 바위 같은 마음을 출렁거리는 세상을 건너 감악산에 오른다 운무처럼 잡..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