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 1363

너의 하늘을 보아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눈먼 당신(자작 시)

눈먼 당신 / 이 효 유월이 오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하는데 겹겹이 쌓아 올린 꽃봉오리 지나가는 행인들 내 향기에 취할까 봐 담장 위로 달아납니다. 도시 사람들이 무심히 눌러대는 셔터 소리에 수많은 가시들 뽑아 마음 밭에 울타리를 두릅니다. 유월이 오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하는데 계절마다 당신을 위해 겹겹이 쌓아 올린 붉은 연정 태양 앞에 활짝 펼쳐 놓아도 보지 못하는, 눈먼 당신 안에서부터 터져버린 붉은 울음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입니다.

장미꽃

장미꽃 / 권오삼 화병에 꽂아 두었던 빨간 장미꽃 한 송이 자주빛으로 쪼그라진 채 말라죽었다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무심코 꽃송이에 코를 대어 봤더니 아직도 은은한 향내가 났다 나는 깜짝 놀라 도로 꽃병에 꽂았다 비록 말라죽기는 했지만 향기만은 아직 살아 있기에 죽으면서도 향기만은 빼앗길 수 없다는 듯 품속에 꼬옥 품고 있는 장미꽃 꼭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