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정계향 폭풍 / 정호승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을 두려워하며 폭풍을 바라보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머리를 풀고 하늘을 뒤흔드는 저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 속을 나는 저 한 마리 새를 보라 은사시나뭇잎 사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깊어갈지라도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더욱 옳지 않다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