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서 순 태 부리와 뿌리 / 김 명 철 바람이 가을을 끌고와 새가 날면 안으로 울리던 나무의 소리는 밖을 향한다 나무의 날개가 돋아날 자리에 푸른 밤이 온다 새의 입김과 나무의 입김이 서로 섞일 때 무거운 구름이 비를 뿌리고 푸른 밤의 눈빛으로 나무는 날개를 단다 새가 나무의 날개를 스칠 때 새의 뿌리가 내릴 자리에서 휘바람 소리가 난다 나무가 바람을 타고 싶듯이 새는 뿌리를 타고 싶다 밤을 새워 새는 나무의 날개에 뿌리를 내리며 하늘로 깊이 떨어진다 김명철 시집 / 짧게, 카운터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