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정 승 은 말은 말에게 가려고 / 이 현 호 오늘은 슬픔과 놀아주어야겠다. 가끔 등을 밀어주어야 하는, 그네를 타는 슬픔이 내게도 있다. 한 숟갈 추억을 떠먹는 일로 몇 달쯤 슬픔을 곯지 않게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너를 좋아진다." 같은 흰소리를 들어주던 귀의 표정을 생각하는 오늘밤은, 아직 없는 나의 아이나 그 아이의 아이의 눈동자 속으로 걸어오고 있는 별똥도 서넛쯤 있을 것이다. 마음을 놀이터 삼아 혼자 놀던 대견한 슬픔과 놀아야겠다. 떠올릴 적마다 조금씩 투명해지는 얼굴이 있고, 시간같이 익숙해지는 것이 있다. 말은 말에게 닿으려고 말하는데, 빈집 우편함에 쌓이는 편지봉투처럼 누구도 뜯지 않은 말로 시를 적는건 이상한 일이다. 지상과 수평을 이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