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서 순 태 비밀의 화원 / 김 소 연 겨울의 혹독함을 잊는 것은 꽃들의 특기, 두말없이 피었다가 진다 꽃들을 향해 지난 침묵을 탓하는 이는 없다 못난 사람들이 못난 걱정 앞세우는 못난 계절의 모난 시간 추레한 맨발을 풀밭 위에 꺼내 놓았을 때 추레한 신발은 꽃병이 되었다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꽃들의 특기, 하염없이 교태에 골몰한다 나는 가까스로 침묵한다 지나왔던 지난한 사랑이 잠시 머물렀다 떠날 수 있게 우리에게 똑같은 냄새가 났다 자가밭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김소연 시집 / 수학자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