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부리와 뿌리 / 김 명 철

푸른 언덕 2021. 12. 11. 18:06

그림 / 서 순 태

부리와 뿌리 / 김 명 철

바람이 가을을 끌고와 새가 날면

안으로 울리던 나무의 소리는 밖을 향한다

나무의 날개가 돋아날 자리에 푸른 밤이 온다

새의 입김과 나무의 입김이 서로 섞일 때

무거운 구름이 비를 뿌리고

푸른 밤의 눈빛으로 나무는 날개를 단다

새가 나무의 날개를 스칠 때

새의 뿌리가 내릴 자리에서 휘바람 소리가 난다

나무가 바람을 타고 싶듯이 새는 뿌리를 타고 싶다

밤을 새워 새는 나무의 날개에 뿌리를 내리며

하늘로 깊이 떨어진다

김명철 시집 / 짧게, 카운터펀치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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