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귀와 뿔 / 정 현 우

푸른 언덕 2021. 12. 9. 20:01

그림 / 정 현 순

귀와 뿔 / 정 현 우

눈 내린 숲을 걸었다.

쓰러진 천사 위로 새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천사를 등에 업고

집으로 데려와 천사를 씻겼다.

날개에는 작은 귀가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귀를 훔쳤다.

귀를 달빛에 비췄고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다.

두 귀.

두 개의 깃.

인간의 귀는 언제부터 천사의 말을 잊었을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순간과

타들어가는 귀는

깃을 달아주러 오는 밤의 배려.

인간의 안으로만 자라는 귀는

끝이 둥근 칼날.

되돌려주지 않는 신의 목소리.

불로 맺혔다가

어둠으로 눈을 뜨는 안.

인간에게만 닫혀 있고

새와 구름에게 열려 있다.

목소리를 들으려 할 때

귓바퀴를 맴도는 날갯짓은

인간과 천사의 사이

끼어드는 빛의 귀.

불이 매달려 있다고 말하면

귓불을 뿔이라고 말하면

두 귀.

두 개의 뿔.

 

<정현우 약력>

* 1986년 평택 출생

*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 2015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 2019 제 4회 동주 문학상

*시집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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