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어제 / 천 양 희

푸른 언덕 2021. 12. 6. 19:15

그림 / 이 상 표

어제 / 천 양 희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보다

천양희 시집 /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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