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2023/07 27

저녁에 / 김광섭

그림 / 이 효 ​ ​ ​ ​ ​ ​ 저녁에 / 김광섭​ ​ ​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 ​ ​ 시집 /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 ​ ​ ​ ​​ ​ ​

우정 / 나태주

그림 / 윤혜섭 ​ ​ ​ ​ ​ ​ 우정 / 나태주​ ​ ​ ​ 고마운 일 있어도 그것은 고맙다는 말 쉽게 하지 않는 마음이란다 ​ 미안한 일 있어도 그것은 미안하다는 말 쉽게 하지 못하는 마음이란다 ​ 사랑하는 마음 있어도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쉽게 하지 않는 마음이란다 네가 오늘 나한테 그런 것처럼. ​ ​ ​ ​ ​ ​ 시집 / 나태주 대표 시선집 ​ ​ ​ ​ ​ ​

시詩 / 노유정

작품 / 장근헌 ​ ​ ​ ​ ​ ​ 시詩 / 노유정 ​ ​ ​ ​ 막연한 그를 시詩라 말하자 ​ 때로는 발그레한 과일 같고 ​ 또는 떨떠름한 생감 같은 ​ 은밀히 숨었다가 순간에 달아나며 ​ 새벽종소리 같이 은은하게 ​ 영혼에 스며오는 그를 ​ 불멸의 고독으로 ​ 흰 눈 포근한 적막의 골짜기에도 ​ 응어리진 넋이 되어 찾아오는 그를 ​ ​ ​ ​ ​ 노유정 시집 / 피란민의 난간 ​ ​ ​ ​ ​ ​ ​ ​

아무르 / 나태주

그림 / 이종석 ​ ​ ​ ​ 아무르 / 나태주​ ​ ​ ​ ​ 새가 울고 꽃이 몇 번 더 피었다 지고 나의 일생이 기울었다 꽃이 피어나고 새가 몇 번 더 울다 그치고 그녀의 일생도 저물었다 ​ 닉네임이 흰 구름인 그녀, 그녀는 지금 어느 낯선 하늘을 흐르고 있는 건가? ​ 아무르, 아무르 강변에 꽃잎이 지는 꿈을 자주 꾼다는 그녀의 메일이 왔다 ​ 아무르, 아무르 강변에 새들이 우는 꿈을 자주 꾼다고 나도 메일을 보냈다. ​ ​ ​ ​ ​ 시집 / 나태주 대표 시선집 ​ ​ ​ ​

장미의 월경 / 이 은 수

그림 / 박인호 장미의 월경 / 이 은 수 암술과 수술의 암투 작은 것들의 반란 속에서 환청이 들려왔다 날카로운 외마디에 베어지는 붉은 꽃의 모가지 흐르는 핏빛은 유성의 기호 해독되지 않은 비밀이 덜그럭거린다 하늘의 전략이 조금은 보이다가 그냥 피로 엉겨버리고 짧은 엽서에도 없는 시간 속에 통점을 바람이 핥고 지나가면 떨어진 한 잎조차 꼿꼿한 꽃의 자세로 하늘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이은수 시집 / 링크를 걸다

종암동 / 박준

그림 / 홍종구 ​ ​ ​ ​ 종암동 / 박준 ​ ​ ​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느날 내 집 앞에 와 계셨다 ​ 현관에 들어선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눈물부터 흘렸다 ​ 왜 우시냐고 물으니 사십 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 홀로 살던 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워서 그런다고 했다 ​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 ​ ​ ​ ​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 ​ ​ ​​ ​

​길 떠난 그대여 / 황청원

그림 / 문미란 ​ ​ ​ ​ 길 떠난 그대여 / 황청원​ ​ ​ 길 떠나는 그대여 홀로 가는 먼 길에 이름 없는 들꽃이 아무리 무성 해도 소리 내어 울지 말고 마음으로 웃고 가게 이 세상 모든 것이 어둠처럼 외로우니 길 떠나는 그대여 홀로 가는 먼 길에 고단하여 지친 마음 쉴 곳이 없다 해도 누군들 미워 말고 사랑으로 안아 주게 어차피 사는 일 빈 몸 되어 가는 거니 ​ ​ ​ ​ 시집 /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