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정숙 감자 이야기 / 조은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춘삼월 햇빛 좋은 날은 온 가족이 밭에 나가 감자를 심는다 감자는 눈 하나에 햇살 한 수저 땀방울도 모아들여 감자밭에 묻는다 하지 무렵이면 흰 달이 땅속 줄기마다 알을 슬어 열두 덩이씩 부풀어 오르는데 산달이 된 밭고랑마다 해산을 시작한다 낡은 저녁 식탁엔 한 접시 수북한 달의 알들 벽에 걸린 램프 등은 흐뭇한 미소를 후광처럼 걸어 주고 포실포실 살진 달 베어 먹은 만큼 행복도 자라는 달 지금쯤 지붕 위엔 달빛 한 동이 엎어지려고 풀벌레 소리가 달빛보다 희게 젖고 있을 것이다 출처 / 지성의 상상 미네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