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

감자 이야기 / 조은설

푸른 언덕 2023. 7. 18. 17:43

그림 / 김정숙





감자 이야기 / 조은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춘삼월 햇빛 좋은 날은
온 가족이 밭에 나가 감자를 심는다
감자는 눈 하나에 햇살 한 수저
땀방울도 모아들여 감자밭에 묻는다

하지 무렵이면
흰 달이 땅속 줄기마다 알을 슬어
열두 덩이씩 부풀어 오르는데
산달이 된 밭고랑마다 해산을 시작한다

낡은 저녁 식탁엔
한 접시 수북한 달의 알들
벽에 걸린 램프 등은
흐뭇한 미소를 후광처럼 걸어 주고

포실포실 살진 달
베어 먹은 만큼 행복도 자라는 달

지금쯤 지붕 위엔
달빛 한 동이 엎어지려고
풀벌레 소리가
달빛보다 희게 젖고 있을 것이다





출처 / 지성의 상상 미네르바 <2023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