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지경화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 유희경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이 안은 비좁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 식탁 위에 고지서가 몇 장 놓여 있다 어머니는 자신의 뒷모습을 설거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쪽 부엌 벽에는 내가 장식되어 있다 플라타너스 잎맥이 쪼그라드는 아침 나는 나로부터 날카롭다 서너 토막이 난다 이런 것을 너덜거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면도를 하다가 그저께 벤 자리를 또 베였고 아무리 닦아도 몸에선 털이 자란다 타일은 오래되면 사람의 색을 닮는구나 베란다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삼촌은 두꺼운 국어사전을 닮았다 얇은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뒷문이 지워졌다 당신이 찾아올 곳이 없어졌다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간밤 당신 꿈을 꾼 덕분에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