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낙화, 첫사랑 / 김 선 우

푸른 언덕 2021. 1. 18. 18:58

다니엘 리즈웨이 나이트

낙화, 첫사랑 / 김 선 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 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김선우 시인 약력

강원 강릉 출생

등단 : 대관령 옛길 외 10편 (창작과 비평) 등단

시집 : 내 혀가 입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 (2000)

도화 아래 잠들다 (2003)

내 몸속에 잠든이 누구신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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