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사랑한다 / 정 호 승

푸른 언덕 2021. 1. 10. 18:23

 

사랑한다 / 정 호 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 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 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정호승 시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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