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푸른 그리움 / 정남식

푸른 언덕 2023. 5. 18. 19:15

 

그림 / 김경민

 

 

 

 

푸른 그리움 / 정남식

 

 

저 넓은 그리움을 어떻게 바라본다 말인가

저 넓은 푸른 그리움을

아무리 붉은 혀의 울음으로 울어도

바다는 푸르기만 하다

푸르름이 나를 절로 설레게 한다

이 푸름은 빛과 시간을 바꿔 가며

제 빛깔을 바꾼다

바다를 바라보면 볼수록

그리움의 그림자는

오, 사라지지도 않지,

수많은 겹의 물살을 치고 있다

물결의 살내를 저미는 갈매기가

이 바다를 다 볼 수 없듯

이 그리움을 다 그리워할 수 없다

그리움의 끝이 어떻게 지워질 것인가

서녘 해거름에 눈빛 빨갛게 물들어

마침내 별빛에 쏘이다가

어둠으로

푸른 어둠으로

내가 지워지기 전까지

 

 

 

정남식 시집 / 입가로 새가 날아왔다 <천년의 시작>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의 길 / 공혜경  (18) 2023.05.20
검은 제비나비 / 송찬호  (14) 2023.05.19
산다는 것 / 이시가키 린  (26) 2023.05.17
꽃밥 / 엄재국  (34) 2023.05.16
목계장터 / 신경림  (17) 2023.05.15